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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성명서 1- 입장문]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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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따돌림 사회연구모임
  • 작성일 : 23-07-25 12:39
  • 조회 : 2,330회

본문

※ 내용이 길어서 부득이하게 나눠서 싣습니다. 우선 입장문입니다.

 

 

 

[성명서] - 입장문

자유주의, 권위주의를 넘어서 평화적 공화주의 교육으로

-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참담한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들고 있었습니다. 교사를 향한 학생의 조롱, 모욕, 무시, 협박, 폭행은 물론 학부모의 부당한 요구, 폭언, 협박, 폭행까지……. 교육활동을 침해하고, 수업을 방해하고,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몇몇 학생, 자기 아이를 무조건 수용하라며 교사를 공격하는 몇몇 학부모가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큽니다. 인권침해라고 공격받을까 봐, 아동학대라고 신고당할까 봐 교사는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 사이에 학생의 문제 행동은 점점 심각해집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학생들과 교사의 몫이며, 교육적으로 무력해진 교사는 절망합니다. 이번 비극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이 겪었다고 전해지는 일과 유사한 일을 겪었거나 늘상 목격해 왔습니다. 그러하기에 자기의 고통처럼 느끼는 것이고, 교실이 이러하다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에 손댄다고 해서 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막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과 함께 총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법, 제도, 정책에 대해 광범위하게 재검토해야 하고 시급한 대책부터 근본적인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사건’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누적되어 온 모순이 터진 것입니다. 학교폭력법과도 관련 있고, 교사의 생활지도권과도 관련 있고, 교육활동 침해와도 관련 있고, 학부모로 하여금 소비자 정체성을 갖게 만든 신자유주의와도 관련 있고, 자유주의적 인권관의 확산과도 관련 있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일주일 가량 지났습니다. 정부는 스스로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는 양 학생인권조례를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교원단체들을 통해 나오는 대책들은 악성 민원을 방지하고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다 정부가 만든 엉뚱한 대책 몇 가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관한 대책 및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에 관한 대책 몇 가지 만들어지고 유야무야될까 우려스럽습니다.

 

교육 당국과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교육 당국과 대통령실은 충격받은 대중들의 시선을 ‘학생인권조례’로 돌리며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 교육부 장관은 2012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만든 교권 보호 조례를 좌초시킨 인물입니다.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수장이었으며, 서울시특별시교육청이 추진했던 ‘서울특별시 교권 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승소하여 조례 제정을 무산시켰습니다. 교권을 보호해줄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조차 없던 시절에 교권 보호를 위해 교육청이 만든 조례조차 교육 당국이 좌초시켰던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여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추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교육활동 방해’라는 단서를 달아서 학교를 혼란에 빠지게 했습니다. 교사가 지도에 따르지 않은 학생을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하면 학생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지도에 불응하기는 했지만 교육활동을 방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모호한 개념 때문에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판단을 주저합니다.

 

현재의 ‘교원지위법’으로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교원지위법을 통해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소극적 접근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로는 교육활동 침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교육활동 침해를 당해도 교권보호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교사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들을 일일이 신고해서 처리할 수는 없으니 참고 넘어가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야 소수의 교사들이 교육활동 침해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교육활동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매우 좁은 길을 통과해야 합니다. 법에 명시된 교육활동 침해 행위의 범위는 학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은 교실 상황을 잘 모르는 분들로 채워집니다. 교육청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면 교사가 지도 과정에서 학생 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하거나 학생이 지도에 따르지 않은 것을 교육활동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선생님께 욕한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징계까지 하는 건 좀…….”, “애들이 그러면서 크는 거죠 뭐.” 이렇게 말씀하시는 교권보호위원회 위원님들이 학생이던 시절에 교사는 학생을 꾸짖을 수 있었고 벌을 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작은 잘못에 대한 지도는 불가능하고 큰 잘못은 아이라는 이유로 용서됩니다.

 

교사에게 적극적인 ‘생활지도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학생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지도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작은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고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교육 당국은 교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데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이번 비극과 관련하여 학생 간 다툼 내지는 폭력이 있었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부당한 민원을 제기했거나 폭언을 퍼붓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경찰 수사와 교육 당국의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겠습니다만, 이와 유사한 일이 비일비재함에도 교육 당국이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현행 학교폭력법은 교사의 손발을 묶어놓고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사에게는 그저 신고의 의무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은 교사가 어떤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랍니다. 사회적 상식으로 볼 때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사에게 교육적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법은 교사에게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법과 사고 발생 그 자체까지도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학부모 사이에서 교사는 절망하고 무기력해집니다. 우리는 10년이 넘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사에게 적절한 법적 권한을 주어야 하고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당국과 정치권은 이를 무시해 왔습니다.

 

‘자유주의적 인권론’이 교권을 인권 담론에 가두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책임을 외면한 채,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가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고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학생인권조례를 원인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자유주의적 인권관을 확대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자유주의적 인권관을 반영한 규범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한다고 해서 악성 민원이 사라지고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가 사라지며 교권이 바로 서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 인권은 중요합니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매를 맞아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따돌림, 괴롭힘을 당해서도 안 되고, 수업 중 돌아다니거나 소리 지르는 학생으로 인해 수업 참여에 방해를 받아서도 안 됩니다. 교사라는 이유로 학생, 학부모에게 무시당하거나 조롱당하거나 폭행을 당해서도 안 됩니다. 현재의 주류 학생인권 담론을 우리는 ‘자유주의적 인권론’이라 부릅니다. 자유주의적 인권론은 국가 기관이나 제도가 개인에게 가하는 권리 제한에만 관심을 둡니다. 국가 기관이나 제도가 가하는 강제력에 대해 정당한 권리 제한으로 보기보다는 부당한 인권침해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사의 지도 행위도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강제력으로 보기에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에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집단이 개인에게, 개인이 집단에게 가하는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자유주의적 인권론자들은 교사는 여전히 강자이고 학생은 약자라고 봅니다.

  자유주의 인권론자들은 학생이 이미 신자유주의 사회의 소비자로서 강자의 지위에 있는 학부모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아니 보지 않습니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인권침해 했다고 공격받을까봐 두려워서 난동을 피우는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고 결국 다수 학생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흔하지만 그들은 외면합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교사에게 적절한 지도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면 학생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하며 반대합니다. 학생의 권리를 학생이라는 지위와 역할에서 발생하는 권리로 보지 않고 학교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한 인권으로 보는 것처럼, 교사에도 학생지도권은 위험하니 교사 인권만 가지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자유주의적 인권론은 교사의 손발을 묶어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고, 옆자리 교사가 고통받을 때 손 내미는 것조차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유주의적 인권론자들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 선도 처분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학생인권침해이니 금지하라고 요구해왔고 그 중 일부는 반영되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침묵해 왔거나 하나마나한 소리만 했습니다. 가해 학생과 학부모는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교사, 학교, 피해자를 공격해서 상황을 무마하려 하며, 많은 경우 목적을 달성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입니다. 최근에 드러난 정치인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공화주의에 입각하여 교육주체의 균형 잡힌 권리를 논해야 할 때입니다.

  자유주의적 인권론을 주장하거나 옹호해왔던 운동 단체, 학부모 단체, 교원단체, 교육감, 법조인, 정치인은 자신들이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고 믿던 신념이 신자유주의적 교육관과 만나 교실을 망가뜨리고 교사를 절망에 빠뜨리는데 일조했다는 데 대해 성찰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는 학교 교육의 특성을 무시한 채 학생에게 주어지는 권리 제한을 인권침해로 규정해 왔습니다. 각 시도교육청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근거로 매년 각 학교의 학교생활인권규정을 점검하고 개정을 권고합니다. 말이 권고이지 학교에서는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고 받아들입니다. 이제 자유주의적 인권론이 아니라 공화주의에 입각하여 교육주체의 균형 잡힌 권리를 논해야 합니다.

 

교원단체들이 생존권, 인권, 그 이상의 대안을 스스로 만들기를 당부합니다.

  이번 비극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고통스러워하는 교사들이 교원단체들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생존권, 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원단체들에게 당부합니다.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대안을 만들기 바랍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정치권이 상황을 주도하도록 둘 게 아니라 그들을 비판하고 견인해야 합니다. 교사를 살리고 교육을 살리려면 생존권과 인권, 그 이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정부는 가해 행위 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하거나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을 취해 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여론이 잠잠해지면 모른 척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벌써 그런 조짐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학생인권조례를 논란의 중심에 세워 교원단체들, 시민단체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교원단체가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서 관철시켜야 합니다.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 피해 교원의 치유를 위한 대책,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이래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중받을 수도 없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학생지도권, 학교폭력에 대한 중재권 등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교사가 교육전문가에 걸맞은 지위와 권한을 인정받아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고, 학생, 학부모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적 인권관에서 벗어나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의 권리가 균형 있게 보장되고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요구해야 합니다. 뜻을 함께하는 학부모 단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각자 고립된 채 어두운 벼랑 끝에 서 있었습니다. 어디서 신음소리가 들리면 안타까워하기도 했으나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신음소리가 들리고부터는 무뎌지기도 했고 내가 더 고통스럽다며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고 더 이상 고립된 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자각했습니다. 비명소리에 마저 무뎌지기 전에 불을 밝혀야 하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음소리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회복하고 입 모아 외칩시다. 누가 길을 찾아 줄 것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고 없으면 만듭시다.

 

2023년 7월 25일

 사단법인 따돌림사회연구모임

 

 

※ 사단법인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교사들의 작은 연구 단체입니다. ‘학생을 평화로운 사회의 주인공으로 길러내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여야 한다고 보고 학교폭력 예방 및 해결, 생활지도, 교권, 학생 심리 등 평화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해 왔고 연구 결과를 책으로 만들어 세상과 공유해 왔습니다. 가르치고 업무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지만 함께 연구하고 책을 냈습니다.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연구는 많은데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함께 연구할 의향이 있는 선생님께서는 카카오톡에서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을 검색해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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