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언론기고] 최악으로 흘러가는 교단..."인권조례와 교권보호 사이 줄타기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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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따돌림 사회연구모임
- 작성일 : 23-09-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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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동안 교단은 왜 더 최악의 상황이 되었나 (이혜미).hwp (193.5K) 18회 다운로드 DATE : 2023-09-08 14: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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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최악으로 흘러가는 교단..."인권조례와 교권보호 사이 줄타기 그만"
이혜미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회원/ 경기 광명 서면초 교사
http://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53
서이초 무명 교사의 죽음
20년동안 교단은 왜 더 최악의 상황이 되었나?
나는 2009년에 출판된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2009, 양철북)를 쓴 저자이다. 20년 전 당시 초등학교 담임으로서 내가 겪었던 일들을 두 편의 소설로 기록했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에서의 소설쓰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처한 폭력적인 교실의 구조를 객관적으로 직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책과 두려움, 절망이 나를 집어 삼켜버리고, 그저 모든 걸 놓고 싶었을 때....... 모임 선생님들 앞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구조 요청을 하는 내 모습은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평화의 신은 없다’에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다.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연구하는 모임이었음에도 오랫동안 내가 처한 현실을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니라는 아닐까 하는? 강한 저항감과 함께 무능한 내 자신에 대한 수치심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절박하게 울음을 토해내던 그날의 내 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지금도 괴롭고 힘들다.
2023년 7월 유명을 달리 서이초 무명 교사의 죽음은 너무나 큰 슬픔이고 충격이었다.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했을 때 20년 전 교실에서 나 또한 매일 겪었던 고통스런 기억이 하나도 잊히지 않은 채 생생하게 온 몸을 휘감았다.
‘나도 새내기 교사 때 고인만큼 힘든 상황이 있었어요....... 왜 그리 황망하게 가셨나요.......주변에 구조요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러나 고인의 고통은 내가 온전히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다. 20년 전 교단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었다. 교실은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고 관리자나 교육청은 교사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또 다른 가해자로 군림하거나, 무책임한 방관자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의 학부모들은 교사가 마음에 안 들고, 내 자식이 먼저라는 마음이 앞서더라도 적어도 교사에 대한 예의를 갖추며 체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자녀에게 잘못이 있을 땐 그것이 자신의 부끄러움이라 여겨 고개를 숙였으며, 학생이 피해를 당해 화가 치밀어도 일단 교사를 믿고,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 후 속상함을 토로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았다. 교사가 지금과 같이 언제든지 학교폭력 가해자나 아동학대범이 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화의 신은 없다’라는 소설에서는 폭력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던 가해 학생을 제압하기 위해 교사가 그 학생의 언어와 행동을 똑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의자를 집어던지고 쌍욕하며 센 척을 해도 교사는 절대로 체벌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제자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내기 교사가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는 지도 방식은 학생들에게는 귀찮은 잔소리 내지는 또 다른 놀림거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센 척으로 일 년 내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살얼음 같던 교실의 질서가 평정 된다. 그것이 진정한 평화였는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많지만 교사가 교실 안에서 약자가 아닌 강자로 분함과 동시에 학급장악력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해 학생의 폭력은 멈추었고 방관자와 피해자들은 교사를 신뢰하며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교사가 이런 식으로 학생을 지도했다가는 당장에 정서 학대를 가한 아동학대범으로 고소를 받거나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당할 것이다. 이렇듯 교사들의 손발을 묶고 숨통을 죄여오는 작금의 교단 상황을 나는 똑똑히 직시해야 했다. 내가 지금 새내기 교사였더라면 어떤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물론 나는 새내기 시절 ‘평화의 신은 없다’의 교실 상황을 겪은 후로 좀 더 강한 교사의 모습으로 분하여 지금까지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보면 가르치는 일에 대한 보람과 추억보다는 섬뜩하고 아찔했던 순간들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교사들은 어떤 학급을 맡게 될지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놓인 채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잡히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자기검열에서 늘 피로했다. 교사의 권위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교사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 여력도 없이 교실이라는 각자의 성에 갇혀 더욱 각박하게 고립되어 간 것 같다.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학교가 어떻게 붕괴되어 왔고, 교사가 어떻게 약자로 전락해 왔는지, 교사로 살아가는 일이 왜 그토록 힘겹고 외로웠는지 명백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1차적 책임은 잘못된 법을 만든 입법부에 있다.
그 1차적 책임은 현재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 예방 및 처벌에 관한 법률과 아동학대처벌법, 학생 인권조례 등의 법을 제정한 입법부에 있다. 법의 오작동으로 인해 교실이 붕괴되고 있음에도 꽃다운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법 개정을 방치하고 제도를 보완하지 않은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들의 갑질과 무책임함이 가뜩이나 힘든 교사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 건 아닌지 이번을 기회로 하나하나 추궁하고 문책하여 앞으로의 개선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20년간 학교폭력은 더욱 만연해지고 심화되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난폭한 가해자들이 판치는 교실에서부터 복잡하고 미묘한 학교 폭력 사례들까지 비일비재하게 겪으며 지나왔을 것이다. 과거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폭력 문제들이 그 사이 거의 모든 학년으로 퍼져서 집중 지도해야 할 학년이란 게 따로 존재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서이초 교사의 예처럼 1학년은 학부모 개입까지 이어져 학교폭력 신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학년이 될 정도이다.
상황이 이럴 진데 2004년에 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교사에게 신고의 의무와 비밀유지 의무로 학교폭력에 대한 자율적 중재조정권,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권, 가해자에 대한 일정한 처벌권을 전부 부정하고 있다. 또한 2012년 법 개정 과정에서 학교폭력의 정의에 있어 “학생 간 폭력으로서의 학교폭력”을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폭력”으로 재규정함으로써 교사들 또한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교사를 결국 무능력자, 신뢰할 수 없는 자로 몰아간 것이다.
2014년에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에 이어 계속해서 교사를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며 위축시켜왔다. 전교조 ‘아동학대 사안 처리과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정서학대는 “청소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만 청소를 시켰다”, “선생님이 손들지 않은 아이에게 발표를 시켰다” 등 학부모나 학생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불합리한 신고가 많았다고 했다. 아동학대 신고 결과 유죄확정은 1.5%에 불과하다는 점을 볼 때 아동학대법이 학부모 기분상해죄로 변질되고 교사를 공격하는 무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전혀 과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 받으면 소명기회, 진상조사 없이 사과를 종용받고, 담임교체, 출근정지, 직위해제라는 치욕을 당하기 일쑤이다. 또한 소송이 시작되면 막대한 비용을 교사 자비로 부담하며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야하는 외로운 싸움을 감당해야한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는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재판 결과가 무죄로 판명되더라도 학부모의 무고죄는 인정되지 않으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함이 용인되어 왔음에도 여태껏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 없이 법 개정을 방치하는 입법부와 정부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언제든지 트집잡히고 공격당할 수 있는 약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언제라도 아동학대범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교사들의 교육행위를 더욱 위축시켰고, 학생들 역시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지속적으로 침해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무제한적 학생인권 옹호가 학교를 혼란에 빠뜨렸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학생인권조례 관련 쟁점이 뜨겁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의 제1 원인으로 학생 인권 조례를 지목하며 개정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앞서 여러 가지 법 제정 문제들을 고려하면 교권 침해 문제의 제 1원인을 학생인권조례로 보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옹호하는 입장 역시 설득력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전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은 2023년 8월 8일 경향신문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교권이 학생인권조례와 전혀 충돌되지 않으며, 교권은 학생을 통제하거나 훈육할 권리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간 교사들이 처한 현실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교육 수장의 본심이 확실히 드러나는 인터뷰가 아닌가 싶다. 학교가 이지경이 되도록 부추겨 온 장본인이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기도 부족한 이 시점에 “과도한 행정업무에 지친 교사들이 학생, 학부모와의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갖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니! 결국 학교를 망가뜨려온 자유주의적 교육관을 그대로 밀어 붙이면서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교묘히 떠넘기고 있는 꽤씸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본래적 취지나 이념은 올바른 것이더라도 법이 현실에서 오작동 되고 있다면 법의 안정성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역주행을 막을 법 개정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권리만 과도하게 나열하면서 책임은 일부 선언적 내용이 전부인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강화시키는 명분이 되어 학생을 훈육하고 통제하는 교사의 생활지도와 충돌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앞서 문제 제기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나 아동학대처벌법과 어떤 시너지를 내면서 교사의 지위를 흔들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속화시켰는지도 보다 면밀히 들여다 봐야할 것이다. 법이 법답게 작동되려면 사회정의 실현, 법의 안정성 유지, 사회질서 유지, 법의 합목적성 추구와 같은 법의 존재 목적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은 보호하지만 교사들의 인권은 침해하는 법으로 작동되고 있거나, 교실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교사의 생활지도와 충돌하여 학교 현장에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면 애초의 법이 바랐던 이념이 성공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균형과 조화 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
무너진 교육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제 교사들이 나서자.
이러한 법들이 제정되기 이전엔 학급에 문제가 생길 때 의례적으로나마 담임교사의 생활지도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게 되면서 교사들이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없는 극단적인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언제든지 소송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 법적 판단에 따라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교사들을 위축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학생들의 폭력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자신을 구제 할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점차 무기력해졌을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의 지름길은 학급 구성원이 함께 학급을 평화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교실에 대한 교사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하나의 권위로서 인정받으며 학급을 운영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간 위축된 상황으로 인해 교사들은 스스로 어떤 권위나 권한을 부여받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너지는 교육 현실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자. 더 이상 이 최악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법적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끊임없는 요구를 통해 법 개정을 이루어 내더라도 폭력적인 교실이 단번에 평화로운 교실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법 개정은 교사의 교육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고, 교육의 주체로 보호받는 지극히 당연한 교육의 출발선에 우리를 놓아줄 것이다. 우리 교육이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태산같이 쌓여 있다. 더 이상 동료를 잃을 수 없다! 는 간절함으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학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우리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사가 나서자!
다음과 같은 법 개정을 요구한다!
1.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책임 있는 국회위원들은 학생,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사죄하라!
2.학교폭력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전면 개정하라!
3.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하라!
4.학생 인권과 교권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라!
5.헌법을 바꾸어 교사